마음 비우기
가을이 한복판에 들어오고
이미 들판의 곳곳은 한 겨울의 모습처럼
부지런한 농부의 발걸음이 멀어진 흔적을
지니고 있었어
차창밖으로 보이는 멀리 저 들판에 흰색 자루가
나락을 위해 봄부터 애써 온 껍데기를 쓸어 안고
들판 드문드문 나뒹굴고
웃음이 가득할것 같이 느껴졌던
산기슭의 동네에선
왠지 모를 썰렁함이 마음을 우울하게 해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던
나의 과거가 오늘은 이상하게 머리에 맴돌아
한귀퉁이 떠올려보면 슬픔만 자꾸 보여 머리를 뒤 흔들어
흐트러버리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해야 하는
지루함 속에 천정에 달린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소리가
자꾸만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난 내리고 싶은 충동으로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었어
그렇게
다섯 시간의 괴로움과 우울함 끝에
난 처음가는 하늘 아래 도착했거든
그리고는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었나 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어
내가 여기에 온 이유?
내가 무엇을 찾아서 왔나?
무엇이 있었어야 했나?
난 바보였던거야
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무 기대도 하지 말아야 했던것을
난 원했고, 기대했던거지
오늘 이곳에는
무엇도 없다는것을 생각하지 못한 오류를 범했던거지
그것을 새벽 4시가 넘은 지금에야 느꼈던거지
그리고는 허탈한 웃음을 웃고 있는거야......
지금 말이야................
[10월 24일 새벽 4시 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