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에서



콧물이 얼어붙은 모습으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그사람은 들어왔다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적이고

무어라 무어라 중얼거리는

그 말중에 주인은 아랑곳 하지않고


그냥 가라한다

집으로 가라한다


갈곳없는 그에게 집으로 가라한다


손을 흔들며 몸을 돌리면서

하는 말이 도와 달라하며

문으로 문으로 가길 꺼려하는


그의 눈에 한숨이 보이고

살아온 고통이 보이고

지금 그의 얼어터진 겨울이 보인다

그리고 옷속으로 보이는 속이 빈 배속이 보인다


가라 하는 주인의 모습에서

없다 하는 한푼의 박절함에서

그것을 쳐다보며 김밥을 입에 넣는

나의 모습에서


겨울이 왠지 서글퍼진다


혹한의 겨울이 왠지 싫어진다.....



2005.2.26


Posted by 개구리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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