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탈
얼굴에 인상을 쓰고
주먹을 불끈 쥔 오른 팔을 내 뻗는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에 놀란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그 주먹을 피하고
허공을 가른 주먹은 내가 지탱하며 서있던
철봉에 걸쳐진다
그리고
그 순간을 뒤이어 그의 육중한 몸이
내게로 달려온다
불게 상기된 그의 얼굴에서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눈빛에서
나는 그와 대적할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꽁지 내린 개처럼 피하고 만다
그나마 내가 지탱하며 버텨온 이곳을
그에게 빼앗기고
나는 슬며시 물러선다
그나마 서있는 자리로서는 가장 편한
전철 출입문 옆을 빼앗은 그 사람은
뒤도 안돌아보고 편한 자세로 기대선다
에이~~~~~
나쁜 사람~~~~~
은근슬쩍 내 자리를 그렇게 강탈하다니~~~~~
술이 취했으니 봐준다~~~